프랑스-안병현

안녕하세요 파리 디드호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중인 안병현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내용을 위주로 사소한 일에서 프랑스 전체 사회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Title 열 세 번째 칼럼 <파리의 수돗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7-19 12:19 Read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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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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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수돗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석회질입니다. 토양 자체에 석회가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수돗물을 사용하여 설거지를 하고 나면 개수대에 하얀 뭔가가 끼어있거나 그릇에 있는 물기를 바로 닦지 않으면 역시 하얀 뭔가가 끼어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이 프랑스에 와서 물을 사서 먹거나, 아니면 정수통을 이용하여 최대한 석회 성분을 제거하고 물을 섭취하려 하는데, 이와 관련된 주제로 오늘 칼럼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프랑스에 오기 전 많은 소문들에 대해 접하고 두려웠었는데, 대표적으로 물에 석회 성분이 많아 피부도 다 뒤집어지고, 심하면 머리도 빠지며, 이 물을 마시면 배탈도 많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입국 초반에는 물을 거의 사먹으며 돌아다녔는데, 처음에 살았던 사설 기숙사에서 프랑스인 친구들이 아무렇지 않게 수돗물에서 물을 떠다 마시는 모습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을 사먹는 줄 알았더니, 그냥 물통이 없어서 산 것일 뿐 나중에는 같은 통에 계속 수돗물을 받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후 저도 물 값도 아깝고 들고 오기도 귀찮아서 수돗물을 그냥 마시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미세먼지가 없어 오히려 더 피부가 촉촉해진 느낌...?) 그래서 여기 수돗물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서 가정으로까지 오게 되는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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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보통 전체 물의 66%는 지하수, 나머지 34%는 강에서 끌어옵니다. 이렇게 끌어온 물은 한국과 비슷하게 가공처리장으로 들어가는데, 식수로 사용이 가능하게끔 세계 보건 기구에서 정한 60여가지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며 약품 화학 처리를 거치게 됩니다. 특히 가장 취약 계층인 임산부, 젖먹이를 기준으로 이들이 마실 수 있는 물로 정화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 처리과정 후에는 지상탑 혹은 지하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저장이 됩니다. 각 가정에서 물이 사용된 후에는 하수도를 거쳐 정화조로 물이 옮겨지고 물이 어느 정도 깨끗하게 걸러지면 다시 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석회질 성분에 관해서는, 프랑스에서는 사실 수돗물에 일정한 석회성분 기준치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석회 성분이 물에 포함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나라의 지리적 토양 특성 때문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성분을 딱히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석회가 곧 칼슘 성분이며, 프랑스의 수돗물은 하루 칼슘 섭취 권장량의 5~10%를 차지하므로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의견입니다. 따라서 모든 식당, 심지어 학교에서도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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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년 기준으로 65%의 프랑스인이 일상적으로 수돗물을 마시고 있지만, 20%의 가정에서는 정수 필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수돗물보다는 더 좋은 품질이면서 페트병으로 사먹는 물보다는 더 저렴하게 물을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이 정수 필터기에 대해서도 효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보통 석회질 제거가 주목적이기는 하지만, 필터로 걸러도 맛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도 애초에 그 어떤 필터기도 애초에 못 먹는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마법 같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용을 하거나 안 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 문제일 뿐이며, 필터로 나온 물을 마시는 것과 냉장고에 한 시간 넣어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거의 다른 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수돗물이 가져오는 이익은 꽤 큽니다. 가격적인 면만 고려해도, 수돗물은 너무 가격이 낮아 계산하기 힘들지만 굳이 계산을 해본다면 1리터 당 0.003유로로 시중에 있는 에비앙, 볼빅과 같은 물과 비교해봤을 때 100~300배 차이가 납니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해마다 프랑스에서는 130,000톤의 플라스틱이 오직 마시는 물에만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중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절반을 조금 넘기는 수준인데, 수돗물을 마시게 되면 플라스틱도 사용하지 않게 되며 환경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프랑스 보건 당국에서는 이러한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바꾸기 위해 꾸준히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아침에 처음 물을 틀 때는 몇 초 정도 물을 흘려보낸 뒤 사용하고 몇 일간 사용하지 않았으면 1~2분 정도 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따뜻한 물보다는 차가운 물로 음식을 조리하며 석회질 맛이 느껴지는 게 싫으면 냉장고에 한 시간 정도 두면 맛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받아놓은 식수는 균의 번식 위험이 있으므로 24~48시간 이내로 마시는 것이 권장됩니다.

 

개인차가 물론 있을 수 있지만, 물에서 오는 건강상의 문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유학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 더 신경 쓰고 관리한다면 무리 없이 안전하게 프랑스에서 생활이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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